오랜만에 인근의 학교 뒷산자락 길에 가면, 나비가 있을까 이런 생각에 발걸음을...
나비가 없다... 걸음을 멈추고,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오늘따라 묻는 분들이... 뭐, 찾아요 하고...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은 오시더니, 생강 찾느냐고 물어보신다. ㅡ_ㅡ;
무슨 약초 도둑쯤으로 생각하신 걸까....ㅡ.ㅜ
근데, 산길에 생강도 있었나...
나비 찍으려고 했는데, 안 보이네요 했더니...
아침에는 날개가 젖어서 나뭇잎 아래에 숨어 있고,
젖은 날개로 날면 날개가 찢어진다고 가르쳐 주신다.
며칠 더 지나야 되고, 아직은 나비를 많이 보기에는 좀 빠르다나...
날개가 마른 오후가 되어야 나비가 활동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군요~.
그 할아버지께서, 풀이 뒤덮여 불쑥 솟아 올라와 있는 땅을 가리키며, 이게 뭘까..하고 질문을 던지신다.
글쎄요 했더니, 무덤이라고....
명절이 지났지만, 무덤에 벌초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렇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 묘가 있어서 심심하지는 않겠지 라고...
나이가 드시면, 길에 있는 묘지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가 보다.
그동안 나는 그저 볼룩 솟아있는 땅이겠거니 하고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스쳐 지나갔는데...
( 꽤 오래전에 이 길을 걷다가, 어머니께서...
전에는 결혼하지 않고 죽은 사람을 사람이 다니는 길에 묘를 만들곤 했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때 그냥 흘려듣고 까마득히 잊어먹었다.
이번에 다시 물어보니 알려주시네... 그래도, 또 다음에 그곳을 지날때 묘지라는 것을 생각지 않고 지나갈듯..)
나비가 하나도 없다....이렇게 중얼거리니...
함평 나비 생태공원에 가면, 나비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나...
발걸음을 느릿느릿해서 한참만에 의자가 있는 곳에 다다르니,
아까 그 할아버지께서 의자에 앉아 계신다.
그곳을 그냥 지나가려 하니, 그 할아버지께서 문득
의자 등받이에 있는 한문을 가리키며 이것 뜻을 풀이해봐요 하신다...
지인지면부지심(知人知面不知心)
앞의 知가 틀리게 쓰였네요 하고...
사람을 알고, 얼굴을 알지만 마음은 알지 못한다 이렇게 했더니..
그것은 직역이지 하시더니,
( 이제와 생각해 보니, 사람을 아는데 얼굴은 알지만 마음은 알지 못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매끄러운 해석인듯 하고..)
근데, 오랜만에 한자를 보니 어느덧 知를 잊어먹고 있었다.
이렇게 쉬운 글자가 아득하다니.... 흑.. 망각이란...
대입시험이 끝난 후, 무념무상으로 있다가
몇 개월만에 friend를 보니 프라이앤드가 뭐였더라
( Friday는 프라이데이니까,이건 프라이앤드지 하며..)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기던 그때처럼...
知가 틀리게 쓰여있는 것은 알면서도 뭔지 갑자기 생각이 안난다.
제가 오랜만에 이 한자를 보니, 이것이 정확히 뭔지 생각이 안나요.
이것이 뭐예요...하니, 미소를 지으며 알지라고 답해주신다.
知를 망각한 이에게, 할아버지의 가르침은 계속되고..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이런 말이지 하신다.
내 마음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겠어요 하며..
이것 어디에 있는 문구인가요 했더니,
공자님 말씀이지 하신다.
어질인 (仁) 의 앞부분 亻은 사람이고, 뒤에 있는 二 는 하늘과 땅을 뜻하니,
천지인(天地人)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베풀고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지만, 공자가 인(仁)보다 서(恕)를 행하는 삶이 더 가치있는 것으로 간주했다고 하셨다.
용서할 서....
같을여 아래에 마음심이 있는 것이 용서할 서..인데,
용서한다는 것이 뭘까라고 또 질문하신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일까요 하고 답했다.
베푸는 인(仁)보다 용서가 살면서 훨씬 더 실천하기 어렵겠어요.
근데, 용서하려고 해도 상대방의 인격도 어느 정도 있어야 용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했더니......
무엇이든 혼자 일방적으로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정말 이건 어려운 일이다.....
( 仁 이라는 것은 나와의 어떤 관계가 없이 일방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 것이고,
恕라는 것은 자신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더 큰 아량, 그것을 수용하고 매듭지기까지
자신의 내적 고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일을 행함에 있어서, 권모술수(權謀術數)가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라고도..
공즉색(空卽色)...
태어나고, 죽을때는 공(空)이며,
내가 이루는 것,내가 행하는 것, 나의 모습은 색(色)이라고 하셨다.
한용운 시에도 공즉색이 나와요 했더니...
반야심경, 금강경에 나오는 것이지 하시고,
어쩌다가 내가 여기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시더니,
뭐 이것도 불교의 연(緣)이겠다라고....
불교를 믿는다고 하셨다.
(아...좀 전에 작년에 제가 여기에서 부처사촌 나비도 찍었는데,
오늘은 나비가 안 보여요 해서 였을까...)
기도는 나 잘되게 해주세요, 복받게 해주세요 하는 것은 기도가 아니고,
다른 이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네...그건 기복신앙이나 다름없죠.
(인간의 욕심이란 근데, 이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쉬운 일이지만 성심을 다해서 한다는 것은...)
知人知面不知心 이 글자를 산길을 지나다니던 학생이 쓴듯 하다시며,
그리 잘 쓴 글씨도 아니고, 한자도 틀리게 썼고
이왕이면 구 다음에 칸을 띄워놓았어야 한다고..
그래도, 펜을 가지고 와서 이 글귀를 써놓은 것이 기특하다는 듯이...
학군단 훈련하러 이곳을 곧잘 오가니까, 그 학생들 중에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시고..
그래서, 글을 쓸때, 바닥에 놓고 쓰면 잘 쓸 수 있지만
세워놓고 쓰는 것이 더 어려워요 라고 한마디를....
500ml의 얼려져 있는 생수를 들어 올리며, 아직도 안 녹았네 하시고, 잠시의 적막감이..
그리하여, 산쪽 위로 내 발걸음을 슬며시....
점심 무렵이 되니, 이제야 나비가 보이기 시작하네...
뿔나비
먹그늘 나비
다시 또 생각해보니... 그분께 산통깨는 발언도 했다는 생각이 들어 좀 후회가..
좀 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했었는데...
불쑥 생각나서 하고 싶은 것 이야기하는 것이 대수는 아닌데, 아....좀 더 인격수양이 필요함이 느껴지고...
추가 ) 명심보감 성심편 하 (明心寶鑑 省心篇 ) -
畵虎畵皮難畵骨, 知人知面不知心 ( 화호화피난화골, 지인지면부지심) 에 나오는군요~.
어렸을때 명심보감 책에서 본 듯도 하다해서 찾아보니... 한문책에도 나와서 배웠던 듯 하고..
4-3으로 끊어 읽어야 하고... 畵虎畵皮 難畵骨, 知人知面 不知心
언제 봤나 싶을 정도로 새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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